LUXURY 2018 11월호. [ HANDS & MIND ]



박선옥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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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의 미래






한복을 재해석한 제네시스 스튜디오의 유니폼은 ‘한복은 고루하고 불편할 것’이라는 편견을 타파한다. ‘한복이야말로 진보한 비즈니스 웨어이자 무한한 가능성의 문화콘텐츠’라고 말하는 박선옥디자이너를 만났다.



“제네시스가 원하는 바는 명확했어요. 대담하고 진보적인, 그리고 지극히 한국적인 동시에 세계적일 것! 딱 제가 지금까지 추구해온 방향이었죠. 이 3가지를 반영하면서도 브랜드에 걸맞은 품위있고 절제된 유니폼을 제작하고자 했어요. ” 스타필드 하남에 입점한 제네시스 스튜디오를 방문하면 제일 먼저 이색적인 옷차림의 큐레이터들과 마주하게 된다. 회벽의 공간과 잘 어울리는 이곳의 유니폼은 박선옥디자이너의 작품. 전통 한복의 평면 패턴을 바탕으로 하되, 슬림한 라인을 살리고 세련된 배색으로 현대적인 매력을 강조했다.

제네시스는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는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한다’는 테마 아래, 최근 고객의 경험과 감성을 자극하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중을 위한 체험 공간인 제네시스 스튜디오도 이와 같은 배경에서 탄생했다. 스튜디오의 얼굴이 될 유니폼 디자인에도 막중한 무게가 실렸다. 이에 적임자로 발탁된 사람이 바로 박선옥 디자이너다. 한복 브랜드 ‘여백Yeoback’과 ‘기로에 Guiroe’를 전개하는 그녀는 제네시스 외에도 일찍이 KBS국악관현악단 UN총회 공연의 단복을 디자인한 바 있다. “유니폼 개발 과정에서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제네시스 사업부장이 직접 쇼룸을 방문했어요. 의상을 착용해보며 양복과 어떻게 다른지, 입었을 때 얼마나 편안하지 등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체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제네시스 유니폼은 그녀가 자체 개발한 ‘K-슈트’를 바탕으로 한다. ‘기로에’의 대표 상품이기도 한 ‘K-슈트’는 한국적인 클래식 아이템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해온 끝에 탄생했다. “트렌드는 계속 변화하기 마련이잖아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가치를 창출하려면 ‘디자인’보다 ‘아이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남성슈트에 집중했죠” 그녀는 전통 한복 기법을 활용한 슈트가 서양식에 비해 몸을 옥죄지 않고 움직임을 편안하게 한다는 점에서 ‘미래적’이고 ‘진보적’이라고 표현했다. ‘V’자 깃을 활용한 화이트 셔츠도 목을 감싸는 ‘차이니스 칼라’만큼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있다고 자신한다. 최근 주력하는 또 하나의 아이템은 동서양 신발을 결합한 ‘코슬립온’이다. 신고 벗기 편안한 슬립온 형태에 조선시대 문무백관들이 제복에 신었던 ‘흑혜’의 날렵한 코를 반영했다. 천으로 제작해 가볍고 통풍도 뛰어나다. 제네시스 유니폼에도 옷에 어울리는 코슬립온을 매치했다.

박선옥은 스스로 ‘한국적인 패션’을 다루는 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정형화된 한복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통의 ‘한복’디자이너와 차별화를 둔 것. ‘여백’의 2009년 전시는 그녀의 방향성과 독자성을 잘 드러낸 예다. 한복을 기초로 한 디자인에 스트라이프와 레오파드, 데님, 스팽글, 레이스 등 과감한 패턴과 소재를 적용한 컬렉션은 당시 ‘시대를 앞섰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파격적이었다. 2014년에는 한복과 국악, 무용을 접목시킨 창작 공연<색공간>도 선보였다. 인형놀이를 하던 소녀가 ‘옷광대’들을 만나 한복의 나라를 여행한다는 내용이다. 박선옥이 직접 각본과 연출까지 담당했고, 한복의 색채와 형태, 소재가 부각되도록 구성했다. “실생활에서의 의복뿐만 아니라 공연과 미술, 그리고 이번 제네시스와의 협업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한복의 매력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한복을 바탕으로 한 문화콘텐츠 개발에 앞장서고 싶어요.”



글 윤정은기자 . 사진 염정훈 . 장소 협조 제네시스 스튜디오